개그맨 김현철 근황


지금은 지휘자 아닌 ‘지휘 퍼포머’

“위키피디아에 지휘자라고 나와있지만 감히 지휘자라고 할 수 없습니다. ‘지휘자용 악보’(스코어)도 볼 줄 모르거든요. 지휘자는 오랜 시간 음악을 공부하고 거기에 모든 것을 거는 사람입니다. 저는 클래식을 좋아하고 지휘자 흉내를 내면서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거죠. 사람들이 지휘자라고 불러주는 것이 좋고, 멋진 지휘자로 인정받고 싶습니다. 지금은 지휘 ‘퍼포머’(performer)라고 불러주세요.”

김단장의 집안에 음악을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학창시절 음악 실기 시험을 보면 노래를 못한다며 혼이 날 정도로 음치였다. 그런데도 그가 클래식을 좋아했던 이유는 사람들이 좋아해서다. 그러다 중학교를 다닐 때 영화 아마데우스를 보고 전율을 느꼈다.

“이전까지는 그저 웃기려고 연주자를 따라 했어요. 그런데 아마데우스를 보고 충격에 빠졌죠. 그때부터 클래식을 제대로 듣기 시작했어요. 음악을 제대로 배우지 않았지만 클래식 연주에 사용하는 악기 소리 하나하나 구분해서 듣기 시작한 거죠.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곡은 통째로 외워서 지휘를 따라 했어요. 1994년 SBS 개그콘테스트로 데뷔하고 나서도 개그에서 클래식 음악을 틀고 지휘하기도 했어요.”

클래식 개그는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그를 개그맨으로 성공시킨 건 ‘말더듬이’ 캐릭터였다. 하지만 방송가에서는 이미 ‘클래식을 좀 아는’ 개그맨이었다. 2013년부터 이숙영의 파워FM에서 ‘어설픈 클래식’이라는 코너를 맡았다. 그 해에 클래식 음악회에서 해설을 맡아 달라는 요청도 들어왔다. 해설을 하면서 관객 앞에서 지휘를 해보라는 제안에 흔쾌히 수락했다. 어설픈 개그를 기대했는데, 제법 능숙한 솜씨에 공연을 보는 사람들은 눈을 의심했다.

“제법 그럴싸하게 했던 것 같아요. 끝나고 나니 박수가 엄청나게 쏟아지더라고요. 그런 기쁨은 20년 개그맨으로 방송생활을 하면서 느껴보지 못한 것이었죠. 한 번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