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중구는 22일 ‘다산성곽길 조성사업’의 일환인 공영주차장 건설을 위해 다산동 826-1 일대 4275㎡(1295평)를 수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은 18일 중구의 ‘도시계획시설(녹지, 주차장) 실시계획 인가 고시’에 담겼다.
중구가 주차장을 예정한 땅은 34개 필지에 52가구, 150~200명이 수십년 살고 있는 곳으로 주민 상당수가 땅주인이다.
중구는 주민들에게 “동네 주차난 때문에 주차장이 꼭 필요하다”고 수용 이유를 설명한다. 하지만 중구가 지난해 1월 작성한 ‘성곽 예술문화거리 조성 발전계획 수립’ 보고서를 보면, 한양도성 앞 1㎞ 구간의 다산성곽길(동호로17길)을 이른바 ‘핫플레이스’(뜨는 동네)로 조성하려는 목적이 크다. 보고서는 “성곽길 관광자원화로 국내외 관광객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 △예술인 공방 조성 및 프리마켓 운영으로 예술문화거리 조성 △(주거건물의 상업건물로의) 업종변경 유도로 지역경제 활성화 도모 △전선 지중화 사업, 주차장 건립 등 시설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성곽길’이 3층 높이의 절개지 바로 위에 놓여 있는 지리적 특성을 활용하면, 이곳이 남산 고도제한지구이긴 하지만 7층 규모, 연면적 9704㎡(2940평)의 초대형 건축물을 지을 수 있다. 중구 관계자는 “성곽길에서 볼 때 절개지 아래쪽을 지하로 삼아 3개 층 모두 주차장(199면)으로 쓰고, 지상 부위 1층(전체 건물의 4층)은 주차장 진입부, 2~4층은 문화시설로 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차를 타고 성곽길로 들어와 이곳에 주차한 뒤 다시 나와 성곽길을 즐길 수 있게 만든다는 취지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지난 4일 <시정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지역은 지형 특성상 성곽길을 둘러본 관광객들이 동네 깊숙이 유입되기 어려웠다”며 공영주차장 사업의 의미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30~40년 살아온 주민 대다수는 “동네에서 계속 살 수 있게만 해달라”고 말한다. 보상을 받아도 주거불안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차장 예정지엔 작은 필지가 많다. 소유한 대지면적이 13㎡에 불과한 가구도 있는데, 이 경우 보상비가 많아 봐야 3000만~4000만원으로 예상된다. 수용 뒤엔 갈 곳을 찾기가 거의 불가능해진다.
수용 대상 터에 대해 구가 책정해둔 보상비 약 103억7500만원을 산술적으로만 따져봐도 가구당 2억원 정도(전체 52가구) 돌아간다. 서울시 전세 평균인 3억2000만원의 62%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18일 이 동네에서 만난 주민 박순자(79)씨는 “이곳에서 47년 동안 살며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다른 데 갈 데가 어디 있나. 보상이고 뭐고 그냥 여기서 계속 살았으면 좋겠다”며 한숨을 쉬었다.